[전대열 교수 칼럼] 핵무장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전대열 교수 칼럼] 핵무장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문형봉 2023-06-04 (일) 22:29 10개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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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신식무기에 매우 취약한 나라였다. 일본이 우리와 비슷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표류하는 서양 배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총의 위력을 날쌔게 배워 동학혁명군을 격파하고 청나라와의 전쟁에서도 완승할 수 있는 길을 연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무기력(無氣力)을 한탄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빠른 발걸음으로 대포까지 만들어 러시아의 무적함대까지 격파하는 저력을 보이며 이를 바탕으로 급작스럽게 제국화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를 본뜨지 못하고 청과 일에 질질 끌려다니다가 결국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을 당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6.25의 참상을 겪으며 국제정세의 흐름에 따라 군대강화의 길로 나서면서 온갖 새로운 무기의 개발로 일약 세계6위의 군사강국이라고 자처한다. 군사강국은 국가경제의 도약으로 가능해진 것이며 이제 온갖 재래식 무기는 말할 나위없고 전투기까지 외국에 수출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북한에서는 세계 최빈국이면서도 핵을 개발하여 헌법에까지 핵보유국임을 명시하고 있다. 핵은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무력 중에서 가장 무서운 힘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추축국 독일과 이탈리아가 이미 항복한 상태에서도 끝까지 버틴 일본을 향하여 미국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한 발씩의 원자탄을 터트려 무조건 항복을 받아낸다. 이 때 일본에 거주하던 한국인들이 피폭된 사람만 7만명이 넘으며 3만명 이상이 한꺼번에 사망했다. 이번G7에 초청받은 윤석열대통령이 기시다 일본수상과 함께 히로시마에 있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나란히 참배한 것은 한일 양국의 우호에 기여했을 뿐더러 역사상 처음이었다고 해서 많은 감동을 주었다. 핵폭탄은 제2차 대전 당시 독일에서 먼저 개발에 착수했으나 미국이 선점하여 전쟁승리의 요체가 되는 것이다.

지금 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이 공식적으로 5개국이며 비공식적으로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이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 북한이 끼어들어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국제원자력기구를 탈퇴한 후 이뤄진 것으로 유엔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경제적 제재대상이 되었지만 막무가내로 강행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살살 달래는 방법으로 트럼프가 앞장서 김정은과의 회담을 싱가포르와 하노이 그리고 판문점까지 세 차례 했지만 북한의 핵보유 의지를 꺾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대하여 한국에서도 핵을 개발하자는 여론이 비등해지기도 했다. 실제로 박정희 시절에 비밀리에 핵을 개발하려고 준비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미국의 강력저지로 성취할 수 없었으며 이휘소박사의 비명횡사는 많은 유언비어를 양산하며 지금까지도 의문에 싸여있다. 윤대통령이 지난달 미국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한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는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기반을 갖고 있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한국의 과학기술력이나 경제적 기반으로 볼 때 1년이라는 시한을 못 박을 필요없이 핵무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개연성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핵은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원료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평론가의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관점에서 논하는 편이 가장 편리하다. 핵을 가지려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것이 첫 번째 순서다. 이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 등의 감시망을 피하여 몰래 핵을 만들 수도 없을 것이다. 북한처럼 강행한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그것은 심각한 경제적 제재를 각오해야만 하며 거의 불가능한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 위협 앞에 끝내 굴종의 치욕을 맛보며 문재인 정부처럼 김정은의 비위나 맞춰야 할까? 이는 고도의 외교력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북한의 실질적 위협 앞에 언제나 굽실거릴 수만은 없다. 국제사회를 향한 고도의 외교력으로 국력에 걸맞은 자위수단을 갖추는 것은 자주국방의 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