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할 새 힘 충전하는 날” 목회자의 월요일 활용법

“목회할 새 힘 충전하는 날” 목회자의 월요일 활용법

문형봉 2025-04-28 (월) 21:48 15시간전  
이정현 청암교회 목사와 가족들이 이달 중순 서울 한강 변에서 벚꽃구경을 하고 있다. 최종은 능서상동교회 목사가 경기도 여주 교회 인근에서 달리기하는 모습. 권오현 만나교회 부목사와 아내가 거리를 걷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각 목회자 제공


“월요일만이라도 누군가에게 침범받고 싶지 않다.”

이정현 청암교회 목사에게 월요일은 온전한 자유의 날이다. 화요일부터 주일까지는 교회 일정에 따라 움직이지만 월요일만큼은 모든 일을 자신이 정한 시간표대로 살아간다. 월요일마다 꼭 거창한 일상을 보내는 건 아니다. 주로 독서를 한다. 낮잠을 자거나 지인과의 점심 약속에 나가기도 한다. 이달 중순엔 벚꽃이 만개한 한강을 따라 부모님과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 목사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월요일 휴식을 통해 사역을 지속할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월요일이 사역과 완전히 단절된 날은 아니다. 새벽예배가 끝나면 곧바로 그다음 주 설교 본문 분석과 주해 작업에 들어간다. 낮잠으로 잠시 회복한 뒤에는 화요일 새벽예배 설교 준비까지 마무리한다. 이 목사는 “설교는 단시간에 나오지 않는다. 월요일에 준비를 시작해야지 피곤하다고 뒤로 미루면 주말에 더 지치게 된다”고 밝혔다.

단순히 쉬는 날로만 인식됐던 ‘목회자의 월요일’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목회의 기반과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하는 날로 월요일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종은 경기도 여주 능서상동교회 목사에게 월요일은 신체 활동을 통해 자신을 회복하는 날이다. 달리기 애호가인 그는 월요일이면 평소보다 2~3배 많은 거리인 20㎞를 달린다. 최 목사는 “달리기는 주일 사역의 피로를 육체적 활동으로 푸는 도구”라며 “월요일이라고 오전에 누워만 있으면 오후까지 무기력해진다. 몸을 먼저 깨우면 일주일의 사역 리듬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지역의 젊은 목회자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월요일에 모여 동반 훈련도 한다. 그는 “정적인 활동이 주를 이루는 목회자일수록 신체 활동을 통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사역에 치여 자칫 소원해지기 쉬운 배우자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날로 월요일을 보내는 목회자도 있다.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 미디어 담당인 권오현 목사는 월요일을 ‘아내와 보내는 스윗데이’로 정해뒀다. 권 목사는 “주중에는 영상 사역으로 가족과 식사 한 끼 함께하기도 어렵다. 월요일엔 무조건 데이트를 한다”고 전했다. 새로 생긴 카페나 맛집 탐방도 이들 부부의 월요일 루틴이다. 권 목사는 “가정이 평화롭지 않으면 사역에 집중하기 어렵다. 월요일의 데이트가 한 주간의 사역을 가볍게 해준다”고 말했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은 목회자들에게 “월요일 하루만이라도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나는 ‘루틴 없는 루틴’을 시도해 보라”고 권했다. 그는 “쉼이란 단순히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반복을 깨는 것”이라며 “월요일엔 평소 하지 않는 활동을 일부러 해야 쉼의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목회자도 사람이기에 소진된다. 유머 창조성 영성 모두 회복이 필요하다”며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반복보다는 비일상에서 회복력을 되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규칙적인 휴식 시간이 없으면 건강뿐만 아니라 사역의 지속가능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갑작스러운 장례와 성도 상담 요청에 응해야 하는 등 목회자들은 ‘응급실 의사’처럼 온전한 휴식이 어려운 환경에 있다”며 “휴식이 없는 삶이 반복되면 단순한 육체적 피로를 넘어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사명감이 흔들리는 ‘인지적 무기력’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윤 교수는 “휴일인 월요일에도 충분한 휴식이 어렵다면 2~3시간마다 5~10분씩의 짧은 휴식을 하는 ‘미니 브레이크’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스마트폰을 보거나 가만히 쉬는 게 아닌 가벼운 운동이 무기력 극복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밖에도 윤 교수는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지인 한 명 사귀기’ ‘잠자리에 들기 전 부정적 감정보다는 가치를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기’ ‘월요일에도 사역으로 분주했다면 교회에서 대체 휴가 제공하기’ 등의 휴식 방안을 제안했다.

손동준 이현성 기자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