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성훈 목사가 지난 8일 경기도 김포 이름없는교회 벽에 붙어있는 교회 달력을 보여주며 한 해 동안 제자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의 한 신도시 상가건물 2층엔 ‘이름없는교회’가 자리 잡고 있다. 건물 밖 간판에 그 이름과 함께 적힌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예수님만 찬양하는 교회’라는 슬로건이 눈길을 붙잡았다. 이 교회를 담임하는 백성훈(48) 목사는 한때 전국을 누비며 강의하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예배 사역자, 대학 강사였다. 그러던 중 한국교회의 브랜드화와 ‘스타 목사’ 중심의 구조에 회의감을 느끼고 2017년 이름없는교회를 개척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만을 높이겠다는 마음이었다.
지난 8일 김포 교회에서 만난 백 목사는 현재 외부 활동을 대부분 내려놓고 있다며 “하나님께서 ‘한국교회 사역도 귀하지만, 너는 이 교회에 부름 받은 목회자다’라는 마음을 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인맥 쌓는 일이나 외부 사역 나가는 것보다 목양실에서 말씀과 씨름하며 하루하루 하나님과 만나는 것이 내 목회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말씀 가르치고 제자훈련하는 교회
백 목사에게는 두 가지 목회 철학이 있다. ‘성도를 말씀으로 훈련시켜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가는 교회’와 ‘제자가 된 성도가 다른 사람을 제자 되게 하기 위해 복음을 증거하는 교회’가 되자다. 한국교회에서 점점 약해지는 말씀 중심의 훈련을 다시 세워가겠다는 것이다.
백 목사는 “한국교회가 발전을 이루며 많은 프로그램이 생기고 성도를 양육하는 영적 툴도 늘었다”며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이 늘어나며 말씀을 가르치고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가는 제자훈련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도 중심, 은사 중심으로 교회가 성장하는 동안 말씀 교육은 약해지면서 신앙 성장과 성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백 목사의 진단이다. 그는 “말씀 양육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한국교회에 제자훈련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사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백 목사의 이런 철학은 말씀에 갈급함을 느끼는 성도를 모이게 했다. 현재 이름없는교회에는 청장년 250명과 고등부 이하 다음세대 150명이 등록돼 있는데 평균 출석 성도 수도 각각 240명, 130명 수준에 달한다. 등록 성도와 출석 성도 수 사이 차이가 거의 없고 다음세대 비율도 매우 높은 것이다.
다음세대의 정서와 신앙을 세우다

교회 내 미소다음 정서지원센터.
이는 교회가 다음세대 사역을 특히 고민해 온 결과다. 교회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제자 훈련을 강화하면서 그 시간 동안 그의 자녀들도 신앙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잘 돌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주일 오후 어른들이 제자훈련에 참여할 때 이 교회 중등부에서 장학생으로 선발된 중학생들이 그 자녀들을 돌본다. 교회 성도 중 전문가를 초빙해 설립한 ‘미소다음 정서지원센터’에선 유아부터 청소년, 부모까지 심리검사·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정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백 목사는 “교회 밖 심리상담센터는 비용도 비싸고 신앙과 관련 없는 세상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 교회에서는 자체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 상담비를 낮추고, 신앙 안에서 성품 회복과 돌봄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치부와 초등부는 그룹 단위, 청소년은 일대일로 8주간 정서훈련을 받는 프로그램이 있다. 부모가 받을 수 있는 별도 상담도 마련돼 있다.
백 목사는 이어 “이 사역이 안정되면 지역 내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정서 구제 사역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다”며 “이제는 교회가 물질이 아닌, 마음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대 간 장벽 넘어 소통하는 공동체
소통은 백 목사가 추구하는 또 다른 필수 요소다. 목양실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간식 공간이 마련돼 있고, 아예 교회 안에 별도의 소통기획실도 있다. 백 목사는 “소통기획실은 교회의 전체적인 행사가 본질의 목적에 맞게 성도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도 내고 실제화시키는 곳”이라면서 “성도들이 교회가 위한다는 느낌을 실제로 받도록, 교회와 교회 행사를 재미있어하고 호기심이 생기도록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도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일일이 눈 맞추며 인사하는 것도 백 목사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 교회 새가족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첫인상도 ‘인사를 잘해준다’ ‘계속 관심을 가져 준다’일 정도다.
백 목사는 “매년 연말엔 구글폼으로 성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해 교회 운영 전반에 반영한다”며 “최근 기도를 어려워하는 분들을 위해 전 교인의 기도 제목을 주제별로 담은 책자를 비치한 ‘기도굴’을 조성한 것이 한 예”라고 말했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전 세대가 함께 예배를 드리는 시간은 세대 간의 장벽을 허무는 자리다. 교회 이전과 같은 교회의 고민거리와 그 해결 과정을 아이들에게도 공유하려 한다. 백 목사는 어른들의 지혜와 신앙을 다음세대에 물려줘야 한다며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어른들이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아가는 모습을 보일 때 그 성품을 아이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강력한 교육은 없습니다.”
김포=글·사진 조승현 기자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