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교수 칼럼] 완치자들이 돌아갈 곳이 없다

[전대열 교수 칼럼] 완치자들이 돌아갈 곳이 없다

문형봉 2021-02-17 (수) 00:34 3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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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코로나 19는 현대에 들어서 미증유의 재앙이다. 중세기 때나 근대에 들어서도 흑사병이나 스페인 독감 같은 무서운 역병이 휩쓸면서 수천만 명씩 죽어나가는 공포를 경험한 인류지만 그 뒤 의료의 급진적 발달로 감염병 때문에 엄청난 사망자가 나올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러한 공식을 깨고 지금 코로나19는 세계적인 유행병이 되어 1억 명이상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수백만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중국에서 발원했지만 가장 큰 피해국은 미국이다. 선진국을 자처하던 나라들이 코로나19 최대 유행국이 된 것은 아이러니 하지만 공산주의 국가처럼 통제에 어려움이 있는데다가 트럼프처럼 마구잡이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은 발병 초기에 중국의 입국자를 차단하지 못한 것이 유행의 단초가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비교적 방역에 큰 차질은 없어 보인다. 백신이 보급되면 올 말쯤에 가서 전 국민 면역이 된다고 하는데 시간이 해결할 문제다. 문제는 완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대단히 달갑지 못하다는데 있다. 어느 누가 걸리고 싶어서 걸리겠는가.


마스크 잘 쓰고 손 잘 씻는데 왜 코로나에 걸렸을까? 자신의 방역에 열심이면서도 생활 속의 일상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집단적인 직장, 교회 등 종교모임,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모인 요양병원 등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춤추고 술 마시는 나이트클럽, 허가도 없는 종교 교육시설, 폐쇄적인 사우나, 학원 등등 많은 시설들이 주범으로 떠올랐다. 고의성은 전혀 없었겠지만 집단모임은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 제1조 위반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모임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방역기간만이라도 자제할 줄 알아야 정상적인 생활인이다. 이를 무시하고 움직이다가 원하지 않는 감염이 되었다. 정부에서는 확진자를 격리하여 무료로 치료한다. 절차가 복잡할 것도 없다. 감염병의 특수성 때문에 신속 격리가 생명이며 집중적인 치료효과로 치명율도 높지 않다. 지금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65세 이상의 노인층에서 제일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대부분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인데 다행히 완치된 분들이 훨씬 많다. 완치되면 2주간 격리기간을 거쳐 PCR검사를 받고 완치판정을 받으면 원래 있던 요양병원으로 되돌아가면 원상복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게 쉽지 않다. 치료를 할 때에는 정부가 모든 책임을 졌지만 완치가 된 후에는 알아서 하란다. 전적으로 환자와 가족의 책임이다. 원래 있던 병원에서는 완치자의 재입원을 거부한다. 현재 입원중인 환자들과 간병인 그리고 직원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들은 대부분 60세 이상의 여성노인들이다. 그들의 생명은 건강이다. 생활전선에서 뛰는 사람들이 행여 1%의 확률이라도 있는 코로나19 완치자를 간병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이해되는 일이다. 이를 묵인하는 것이 요양병원의 실태다. 기자에게 호소문을 보내온 어떤 환자의 경우 100곳이 넘는 요양병원에 전화를 걸었으나 “무조건 안 된다”는 냉정한 답변만 들어야 했다. 자식 셋이서 1주일을 노력한 끝에 오산 메디컬요양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도 지난 10월 코호트에 걸려 음성 환자 전원(轉院)을 위해서 50곳 이상을 연락했으나 한 군데도 받아주는 곳이 없는 쓰라림을 겪었기에 195개 병상 중 50병상을 음성 완치환자용으로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가천대 길병원에서 완치된 101세의 A씨(여) 역시 갈 곳을 물색하다가 용케 부천 요양병원에 들어갔다. 이 환자의 자식들도 모두 70대의 고령자들이라 스스로의 몸조차 돌보기 어려운 처지라 노모를 간병할 여력이 없는 처지였다.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격리해제 1주일이 넘은 환자들도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한다. 코로나 환자를 치료한 병원에서는 완치환자가 퇴원해야 새로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이런 순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감염병의 조기 퇴치에도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아직도 창궐하고 있어 제4차 유행까지도 걱정하고 있는 처지다. 정부가 노심초사하고 있는 방역은 완치자의 정상적인 원대복귀도 한 몫이다. 가족들의 보살핌으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다행스런 일이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고령에 기저질환까지 겹친 분들이 많다. 게다가 코로나로 고통까지 받았다. 그들의 삶의 터전은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 뿐이다. 정부의 행정명령은 이들의 복귀를 당연시하지만 재입원을 꺼리는 요양병원의 고충도 인정해야한다. 강남의 한 요양병원은 2인실을 설치하여 2주간 격리한 후 자체검사로 완치가 확인되면 다인실로 옮기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정부가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서라도 완치자의 갈 곳을 마련하는 것이 도리요 책임이다. 쿼바디스는 요한복음에 나오지만 코로나 완치자들에게 까지 어디로 가실 거냐고 물어봐서야 쓰겠는가.


문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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