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교수 칼럼] 권용우의 ‘세계도시 바로알기’

[전대열 교수 칼럼] 권용우의 ‘세계도시 바로알기’

문형봉 2021-03-30 (화) 00:10 3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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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성신여대 권용우 명예교수가 수십 년에 걸친 강의록을 차근차근 집대성하여 ‘세계도시 바로알기’ 첫 번째 저서를 펴냈다. 그는 머리말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연세대 김형석교수와 숭실대 안병욱교수의 특강을 듣고 ‘세계’에 대한 눈을 떴다고 밝혔다. “세계를 두루 다녀 큰 안목을 키워 사회에 쓸모 있는 인물이 되라”는 말씀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대 지리학과를 다녔고 그것도 도시지리학을 전공하여 박사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외교학을 부전공으로 택하여 석사학위를 획득했으니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을 터다. 김형석교수는 100세시대의 선두주자가 되어 지금도 강의와 집필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부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며칠 전에는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파헤쳐 별로 떠오른 검찰총장 윤석열이 사퇴이후 처음 찾아가 만난 사람이 김형석이어서 정치적 화제가 되었다. 권용우의 세계도시 바로알기는 성신여대에서 25년 동안 강의했으며 지금도 예담교회와 유튜브를 통하여 강의가 진행 중이다.


이번에 발간된 책은 그 중에서 서부유럽과 중부유럽에 대한 것이며 계속해서 북부 남부 동부유럽과 중동 북미 남미 대양주 서남아시아 등 2023년까지 모두 7권을 펼쳐낼 계획으로 있다. 권용우는 60여개국 수백개 도시를 답사하며 무엇을 보았을까? 어떤 나라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자연풍경이나 보고 오락거리 먹거리나 스치고 지나가면 무슨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 것이지만 지리학자의 눈은 일반 관광객과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근대지리학 이후 도시를 보는 수많은 방법론 중에서 그가 제시한 것은 세 가지로 응축된다. 첫째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현지답사를 통해 지역을 이해해야 실체를 알게 된다는 것. 둘째 땅과 연관된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봐야만 지역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셋째 자연과 인문현상이 어우러지는 현상을 알아야 지역의 본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각 도시마다 그들만이 가진 지리 역사 종교 경제 사회 문화가 존재하며 그 내용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제대로 그 도시를 알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그것을 언어와 산업 그리고 종교로 본다. 언어는 그 나라 그 민족만이 가진 고유의 통용수단으로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민족자산이다. 비록 역부족하여 외적의 침범상태에 있어도 자국어를 고수하고 사용할 수 있다면 언제라도 독립을 쟁취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 하에서도 우리말을 쓰고 한글을 익혔던 것이 광복의 원천이었음을 일깨우는 지론이다. 일제가 이를 말살하려고 창씨개명을 강압하고 우리말 사용을 금지했지만 도로(徒勞)에 그친 이유를 알게 한다. 우리 한글학자들은 탄압 속에서도 ‘말모이’를 통하여 우리글과 말을 지켜왔기 때문에 우리말 대사전을 편찬해낼 수 있었던 것이며 광복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산업은 백성이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말한다. 자동차 조선 전자 건설 석유 기계 의료 방위산업 교육 관광은 말 할 나위 없고 요즘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드론 로봇 사물인터넷 생명산업 3D프린터 등 신산업이다.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지만 선진 부유국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이념에 치우치고 진영논리에 빠진 집권세력의 막무가내 행태가 전체적인 기반을 흔들고 있는 실정이다.


종교는 한 나라와 도시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는 배경이며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 예로부터 종교로 인한 전쟁과 분쟁은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중세유럽을 강타한 백년전쟁은 인류발전의 걸림돌이 되었지만 지역간의 교류에는 큰 도움이었다. 지금도 이스라엘과 중동 간에는 유대교와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대립이 가장 큰 골간을 이루고 있으며 언제 그칠지 모르는 전쟁상태를 유지한다. 다만 여하한 상황 속에서도 국민다수가 종교적 신앙으로 뭉쳐있는 경우에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견고하다고 권교수는 지적한다. 나는 지리학에 대해서 무지하지만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도시의 특성에 대한 편린을 느끼게 된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젊은이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두 도시에서 시장 보선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장 입후보자가 10명이 넘는다. 여성이 절반쯤 된다. 대부분 부동산과 재난위로금을 들먹이지만 정권심판론도 빠지지 않는다. 우리는 서울이 외적들의 침략에 유난히 취약했던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미래의 한국을 건설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선시대의 삼전도 삼배구고두례의 치욕은 말할 나위 없지만 6.25사변 때에도 인민군과 중공군에게 두 번씩 빼앗겼다. 세계도시와 비교하여 서울을 바로 알고 굳세게 지켜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문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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