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요한신학교
교무처장 문 형 봉 장로
우리 서울요한신학교 학생 여러분, 우리는 지난 시간까지 아가서를 함께 공부해 왔습니다. 성경의 다른 책들과 달리, 아가서는 교리적 설명이나 윤리적 명령보다는 사랑의 언어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책이, 시간이 지나며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영혼 깊은 곳에 잠자던 감성을 다시 깨우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아가서는 단순한 시가집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향하여 품으시는 사랑의 깊이와 넓이를 보여주는 특별한 말씀의 선물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김홍규 교수님께서 연애시절을 회상하며 실감나고 애로틱하게 말씀해 주셔서 더더욱 그랬나 봅니다.
아가서 속에서 '술람미 여인의 사랑이야기'에서 그녀는 밤중의 거리라도 마다하지 않고 사랑하는 자를 찾습니다. ‘찾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사랑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그렇습니다. 주님을 향한 발걸음은 늘 찾음에서 시작합니다. 내 마음이 흔들리고 삶이 복잡해질 때, 우리는 다시 주님을 찾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우리를 향해 손을 내밀고 계십니다. 우리가 잠시 멀어져 있을 뿐, 주님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단순히 찾음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때로 사랑은 기다림 속에서 더 깊어지고, 침묵 속에서 더 성숙해집니다. 아가서 속 연인들은 만나기도 하고, 엇갈리기도 하며, 그리움 속에서 서로를 다시 확인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신앙 여정과 닮아 있습니다. 어떤 날은 주님과 가까워 기도의 숨결만으로도 은혜가 느껴지고, 어떤 날은 마음이 먼 곳을 떠돌며 하나님이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님은 우리의 부족함을 탓하지 않으시고, 사랑의 길로 다시 부르십니다. 아가서는 이 사실을 조용한 시적 언어로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사랑은 흔들릴 수 있지만, 다시 붙들면 더 깊어진다.”
아가서가 주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랑은 표현될 때 살아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으로, 은혜로, 삶의 작은 기쁨들로 사랑을 표현하신 것처럼, 우리의 신앙도 하나님께 사랑을 표현하는 순간 더욱 생동감 있게 됩니다. 예배의 자리에 앉는 것, 찬양 가운데 눈을 감고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 고된 삶 속에서도 “감사합니다” 한마디를 올려드리는 것—이 모든 것이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랑받기만 하려는 신앙이 아니라, 사랑을 ‘드리는’ 신앙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더 큰 은혜를 경험하게 됩니다.
아가서는 사랑을 말하면서도 결코 가벼운 감정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책임이고 언약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지키는 울타리를 만들고, 서로의 마음을 보호하는 힘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는 사랑을 쉽게 시작하고 쉽게 끝내는 경향이 있지만, 아가서는 우리에게 성숙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사랑은 달콤하지만 동시에 거룩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신앙도 그렇습니다. 은혜의 감격은 순간이지만, 믿음의 헌신은 평생을 걸쳐 지켜야 할 언약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고백은 그분의 말씀을 따르는 책임으로, 교회를 사랑하는 섬김으로, 이웃을 향한 자비로 나타나야 합니다.
아가서의 결론은 놀랍습니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이 고백은 십자가에서 완성된 그리스도의 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주님의 사랑은 죽음도 막지 못했고, 오늘 우리를 향한 은혜 또한 식지 않습니다. 그 사랑 때문에 우리는 다시 일어나고, 상처를 견디고, 새로운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우리의 믿음의 중심, 복음의 중심은 결국 ‘사랑’입니다. 그 사랑이 우리를 살리고, 변화시키고, 교회를 세우며,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게 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신학생 여러분, 아가서를 모두 마치고 덮으며 우리의 마음을 다시 돌아봅니다. 혹시 주님을 향한 사랑이 예전 같지 않은가? 기도가 습관처럼 흘러가고 있지는 않은가? 예배의 기쁨과 눈물이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닌가? 아가서는 우리에게 다시 묻습니다.
“너의 첫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주님은 오늘도 우리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나의 사랑아, 일어나 함께 가자.”
이 부르심이 우리 안에 다시 사랑의 불씨를 일으키기를 소망합니다.
주님을 찾는 마음, 그분의 사랑을 표현하는 삶, 사랑의 책임을 지는 성숙함이 우리 안에 회복되기를 원합니다.
아가서를 지난 시간까지 마치고 덮는 이 시간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사랑이 모든 가정에, 교회에, 우리 신학교에, 그리고 우리의 모든 걸음에 충만히 머물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문형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