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자살과 장례식에 대하여
1000만 시민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신고 7시간 만인 10일 자정 직후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 공관에서 그가 남긴 친필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볼 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국내 1호 성희롱 사건인 이른바 “서울대 우 조교 사건” 무료 변론을 맡는 등 평소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박 시장이 이런 추문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우선 충격적이다. 게다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여권 지자체장의 권력형 성범죄가 잇따라 드러나 법의 심판과 여론의 질타를 받는 와중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사안은 더욱 엄중하다.
유족 동의하에 공개된 유서에서도 박 시장은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면서 정작 피해자에 대한 언급이나 사죄는 없었다. 피해자는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고통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또 다른 고통을 겪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조촐한 가족장 대신 장례 기간 5일의 서울특별시장(葬)을 치르기로 한 결정도 논란이다. 재직 시 사망에 따른 마땅한 예우라고는 하나 공무 중 사망이 아니라 개인사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당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외에 서울시 청사 앞에 별도 분향소까지 마련해 시민들의 대규모 조문까지 받겠다는 조치에도 비판이 따른다.
지난 2002년 출간한 책에 미리 쓴 유언장에서 박 시장은 “부음조차 많은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살아생전 소박한 장례를 원했다. 5일장이 과연 고인을 위한 것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우려로 모든 교회의 구역 예배 등 일체의 소모임이나 식사가 금지된 와중에 방역의 한 축인 서울시가 대규모 조문객을 받겠다는 결정이 잘 한 일인지 숙고되어야 한다.
1. 가족장으로 하는 것이 옳다.
가족들과 친지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고인과 교류관계에 있었던 분들이 진심어린 애도의 마음으로 조용히 장례식의 깊은 의미를 새기는 가운데 마지막 길을 보내드리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가족장으로 하여도 진심어린 조문은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은가?
2. 서울시장 5일장은 지난날의 공보다는 더욱 부끄러운 일들을 과도하게, 상상으로 끄집어내서 기억하게 하고 회자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3. 범죄하고 자살을 해도 존경받아야 하는가? 의 문제이다.
사람이 생전에 실수나 잘못도 죽은 후에는 덮고, 좋은 기억과 공(功)에 관한 것을 나누며 유훈이나 말없는 교훈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인데, 현재의 장례식은 그것을 헤아리지 못하게 하며 오히려 잘못의 실상보다는 더 나쁜 결과를 남기게 된다.
4. 조용하고 조촐하게 하지 않는 것은 고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다.
하나는 윤리적인 문제요, 하나는 현행법이다. 비록 공소권한은 사라졌지만 사람들 마음속에 기억되는 것은 더 큰 죄 값이 되는 것이다.
5. 박시장의 공과는 역사와 시민들에 의해서 성립되는 것이지 이익집단과 정치집단의 강제에 의하여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6. 우리 시민들은 고인의 자살 사건이 불행한 일로 정치인들의 도덕적 의무에 대한 경종이 되었으면 한다.
2020년07월12일
한국신학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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