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자살과 장례식에 대하여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자살과 장례식에 대하여

이현 2020-07-12 (일) 18:21 3년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자살과 장례식에 대하여

 

1000만 시민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신고 7시간 만인 10일 자정 직후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 공관에서 그가 남긴 친필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볼 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국내 1호 성희롱 사건인 이른바 서울대 우 조교 사건무료 변론을 맡는 등 평소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박 시장이 이런 추문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우선 충격적이다. 게다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여권 지자체장의 권력형 성범죄가 잇따라 드러나 법의 심판과 여론의 질타를 받는 와중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사안은 더욱 엄중하다.

유족 동의하에 공개된 유서에서도 박 시장은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면서 정작 피해자에 대한 언급이나 사죄는 없었다. 피해자는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고통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또 다른 고통을 겪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조촐한 가족장 대신 장례 기간 5일의 서울특별시장()을 치르기로 한 결정도 논란이다. 재직 시 사망에 따른 마땅한 예우라고는 하나 공무 중 사망이 아니라 개인사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당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외에 서울시 청사 앞에 별도 분향소까지 마련해 시민들의 대규모 조문까지 받겠다는 조치에도 비판이 따른다.

지난 2002년 출간한 책에 미리 쓴 유언장에서 박 시장은 부음조차 많은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살아생전 소박한 장례를 원했다. 5일장이 과연 고인을 위한 것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우려로 모든 교회의 구역 예배 등 일체의 소모임이나 식사가 금지된 와중에 방역의 한 축인 서울시가 대규모 조문객을 받겠다는 결정이 잘 한 일인지 숙고되어야 한다.

 

1. 가족장으로 하는 것이 옳다.

 

가족들과 친지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고인과 교류관계에 있었던 분들이 진심어린 애도의 마음으로 조용히 장례식의 깊은 의미를 새기는 가운데 마지막 길을 보내드리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가족장으로 하여도 진심어린 조문은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은가?

 

2. 서울시장 5일장은 지난날의 공보다는 더욱 부끄러운 일들을 과도하게, 상상으로 끄집어내서 기억하게 하고 회자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3. 범죄하고 자살을 해도 존경받아야 하는가? 의 문제이다.

 

사람이 생전에 실수나 잘못도 죽은 후에는 덮고, 좋은 기억과 공()에 관한 것을 나누며 유훈이나 말없는 교훈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인데, 현재의 장례식은 그것을 헤아리지 못하게 하며 오히려 잘못의 실상보다는 더 나쁜 결과를 남기게 된다.

4. 조용하고 조촐하게 하지 않는 것은 고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다.

 

하나는 윤리적인 문제요, 하나는 현행법이다. 비록 공소권한은 사라졌지만 사람들 마음속에 기억되는 것은 더 큰 죄 값이 되는 것이다.

 

5. 박시장의 공과는 역사와 시민들에 의해서 성립되는 것이지 이익집단과 정치집단의 강제에 의하여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6. 우리 시민들은 고인의 자살 사건이 불행한 일로 정치인들의 도덕적 의무에 대한 경종이 되었으면 한다.

 

     202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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