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듀오 ‘악뮤(AKMU)’가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2013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단박에 싱어송라이터로서 진가를 발휘한 데에는 선교사인 부모님의 역할이 컸다. 그들은 자녀가 뜻밖의 재능을 보여줬을 때 ‘그깟 것에 웬 호들갑이냐’며 깎아내리지 않고, 폭발적인 반응을 해줬다고 했다고 한다.
악뮤 아버지 이성근 선교사는 최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도 남매가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끈 양육한 비결을 공유했다. 이 선교사는 2008년도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오랜 꿈이던 선교사가 돼 몽골로 선교 활동을 떠났다. 찬혁이 6학년, 수현이 4학년이 되던 해다. 이 선교사는 남매를 선교사 자녀 학교인 울란바타르 선교사 자녀학교(UBMK School)에 보내고자 했지만, 금전적 위기로 불가피하게 홈스쿨을 택했다.
어쩔 수 없이 시작된 홈스쿨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3년을 어렵사리 보냈을 무렵, 이 선교사는 고민 끝에 학교 시간표를 그대로 가져다 집에서 운영했다. 처음 홈스쿨링을 반겼던 남매는 한 달이 지나자 “학교 보내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이후 이 선교사는 엄격한 생활을 조금 내려놓았다. 1년간 홈스쿨을 중단하고 남매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며 재능과 관심사를 탐구할 기회를 줬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지혜와 능력, 재능을 탐색하도록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터라 아이들은 자연스레 아빠 기타와 기부받은 낡은 피아노와 같은 주변 사물에 관심을 돌렸다. 그걸로 장난도 치고 노래도 부르며 남매는 음악과 가까워졌다. 이 선교사는 아이들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계기를 한인교회로 꼽았다. 다니던 교회에 다니던 고3 형이 ‘아이팟’이라는 노래를 만들어와 다 같이 연주하고 노래하던 경험을 언급한 이 선교사는 “찬혁이가 ‘저 형이 참 부럽다. 나도 저렇게 노래를 만들어 같이 부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며 집에서 여동생 수현과 함께 30여 분을 작업해 ‘갤럭시’라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었고 우리에게 들려줬다”며 “‘와, 너무 놀랍다. 어떻게 만들었냐’고 반응해주니 기뻐하며 여동생과 함께 5분 만에 두 번째 곡 ‘똑딱똑딱’을 만들어 왔다”고 전했다.
찬혁도 자서전 ‘목소리를 높여 high!’에서 첫 노래를 만들어 들려줬을 때 아빠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앞으로도 아빠에게 더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노래를 더 열심히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선교사 부부 양육 철학은 ‘사교육 시키지 않기’ ‘부담감 주지 않기’ ‘아이들을 전적으로 믿어주기’였다. 부모가 △조급함을 내려놓고 △인내심을 갖고 △아이를 신뢰하는 마음을 가졌을 때 비로소 행복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선교사는 아내와 서로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데 사교육을 시키거나 학원에 보내는 일을 하지 말자’ 약속하고 아이들에게도 어려서부터 “너희들이 원치 않는다면 대학을 꼭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을 위주로 다닐 수밖에 없는 환경 안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탐색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며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기회를 적극적으로 열어주고 아이를 지지하고 신뢰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이를 기르며 가장 후회되는 부분에 이 선교사는 “우리 부부가 낳은 아이기 때문에 내가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라고 답했다. “아이는 저와는 전혀 다른 인격체고 그걸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나 재능들이 드러났다”고 고백했다.
이 선교사는 아내 주세희씨와 같이 쓴 책 ‘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된다’에서 “찬혁이가 처음 노래를 만들었을 때 우리는 찬혁이의 재능 발견에 초점을 맞추었다기보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새로운 모습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한 우리의 반응에 찬혁이는 물 만난 물고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재능을 쏟아냈다. 그때 우리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거나, ‘뭘 그깟 것 가지고 호들갑 떨어’라고 했다면 지금의 악동뮤지션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에너지 덩어리이기 때문에 언제 어떤 것에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아이가 어제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때, 부모가 예상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잘 잡아낸다면 아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오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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