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의 시론] '주 4일, 4.5일제' 공약 경쟁, 산업 현장 직시해야

[최충웅의 시론] '주 4일, 4.5일제' 공약 경쟁, 산업 현장 직시해야

문형봉 2025-05-29 (목) 10:02 1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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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웅 언론학 박사

6·3 대선을 앞둔 후보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하고 있다. 주요 정당과 후보들이 노동계와 중장년층 표심을 겨냥해 '주4일, 4.5일제' '정년 연장' 등 선심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당연히 임금 감소가 없이 4.5일제로 가야 한다"고 했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요일별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의 4.5일제를 제안했다.

이 후보는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 확실한 지원 방안을 만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주4일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주 4일제는 민주당의 지난 20대 대선과 22대 총선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국민의힘은 '주4.5일 근무제' 도입으로 월~목요일에 하루 8시간의 기본 근무 외에 1시간씩 더 일하는 대신 금요일에 4시간 근무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이 제안한 주 4.5일제는 울산 중구청이 시범적으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기본 근무시간 외에 1시간씩 더 일하는 대신, 금요일에는 4시간만 근무한 뒤 퇴근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주4.5일 근무제를 공약했다. 이 후보는 임금 삭감 없는 주4.5일제를 거쳐 장기적으로 주4일제로 가야 한다고도 했다. 김 후보는 주당 근무시간을 유지한 채 요일별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을 내세웠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주 4.5일제를 공약으로 내걸자,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감축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이 줄면 당연히 생산량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 5일에 100을 생산했는데, 4.5일에 똑같은 100을 생산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며, 결국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인력을 늘려야 하므로 곧바로 인건비 부담으로 귀착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현장을 잘 모르고 하는 정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재계 역시 임금상승과 기업경쟁력 훼손을 내세워 부정적이다. 또한 주 4.5일제를 기업 선택에 맡긴다고 하는데, 표를 겨냥한 선심 공약으로 사실상 노동 시장에서 기업의 자율을 빼앗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공약한 주4.5일근무제에 MZ세대 노동자 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정치권은 선심성 대선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혜택을 받을 당사자들이 오히려 기업과 노동자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양새다.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만 남발하고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실천 방안은 없는 정치권의 공허한 공약 경쟁에 이유 있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MZ세대로 이루어진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는 "임금 삭감 없는 주4.5일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문을 후보들에게 보내기로 했다. 근로시간을 줄여 나가야 하지만 임금 삭감 전제 없이 시행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MZ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지만 합리적이고 공정을 중시한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근무는 줄이겠다는 말은 달콤하나 현실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고침의 주4.5일제 비판은 노동자들이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에 현혹되지 않는 시대가 왔음을 대변한다. 노동자와 기업이 함께 사는 방안을 고민하자는 새로고침의 현실 인식을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경제 지수가 위축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0%대 성장률로 추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예상되고 있다. 나랏빚은 급증하고 청년취업난은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이런 '위기경제'의 현실 상황에서 퍼주기나 포퓰리즘 공약 경쟁을 자제해야한다. 정치계는 노동 생산성 제고를 위한 계속고용과 함께 성과·직무에 따른 임금체계 도입, 주52시간 근무제 완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 추진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전문가들은 주 4.5일제 도입 등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 경제·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맞지만, 중소기업 현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선행돼야하며 이후 중소기업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비즈니스 모델 등 기업 상황에 맞게 주 4.5일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근로의 형태는 노사 간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기업 자율 사안이다. 근로의 시간과 방식은 업종과 업무의 특성에 맞춰 종사자들 스스로 정할 때 생산성이 올라가고 전체 산업과 경제도 고도화된다. 유연근로, 탄력근로를 중시 여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처럼 경직된 고용 노동시장에서는 정부의 개입이나 규제를 추가할 게 아니라 노사 간 협의와 자율 문화를 강화해야 한다. 

주 4.5일제는 사회적 논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현장을 각각 고려해 순차적으로 노동 현장에 맞게 그리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최충웅 언론학 박사 주요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고정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